대전중앙로지하상가. 박우경 기자대전 지하상가 고령 상인들이 전자입찰 플랫폼 '온비드'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밀려나고 있다. 지난해 경쟁 입찰이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면서 일부는 평생 운영해온 점포를 잃을 위기에 놓였다.
(관련기사 CBS노컷뉴스 25. 8. 22 '평생 바친 점포 나가라니'…상인들 무리한 입찰 나선 이유 등) 대전지하상가 최고령 상인인 A(72)씨는 행정상 '점포 무단점유자'다. A씨는 지난해 5월 영업중인 지하상가 점포가 공개경쟁입찰 대상이 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하지만 A씨는 폰뱅킹이나 컴퓨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고, 마감시간 1시간을 남겨놓고 딸에게 급히 도움을 요청했다.
조회수가 높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 판단한 A씨는 최저입찰가의 세 배를 써낼 작정이었다. 하지만 무리한 금액을 걱정한 딸의 만류로 입찰을 포기했다.
A씨는 "나이 많은 지하상가 상인 대부분이 컴퓨터를 다룰 줄 모르고, 은행 업무도 창구에서 직접 보고 있다"며 "장사만 해오느라 전자입찰이나 온비드가 뭔지 알 리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대전시가 고령 상인을 배려해 현장 설명회를 열거나 안내를 적극적으로 했다면 이런 피해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전중앙로지하상가. 박우경 기자12년째 상가에서 장사 중인 B(68)씨도 같은 이유로 입찰에 실패했다.
입찰 마지막 날, 주변 상인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접속한 B씨는 최저입찰가의 두 배 넘는 가격을 써냈지만, 입찰보증금(입찰가의 10%)을 기한 내 납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결국 입찰이 무효 처리됐다.
상인들이 대전시를 상대로 제기한 '입찰 중단 가처분 신청'이 입찰 마지막 날 기각된 점도 지체된 이유였다. 상인들은 가처분 신청이 인용돼 입찰이 중지될 것이라고 희망을 걸었었다.
일부 고령 상인들은 온비드 사용에 어려움을 겪어, 아예 웃돈을 주고 대리 입찰을 맡겼다. 상인 C(50)씨는 "나이드신 분들은 온비드가 무엇인지 모르니까, 부동산 중개인에게 10~20만 원 지급하고 의뢰한 사례도 있다"며 "온비드 접속 방법을 몰라 투찰 시도조차 못한 상인도 여럿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사태가 '디지털 격차'의 민낯을 드러낸 사례라고 지적한다.
배재대 최호택 행정학과 교수는 "상인들의 연령이 20대부터 80대까지 천차만별일텐데, 전자입찰방식으로만 진행한 것은 공평할 수는 있지만 공정하지는 않다"며 "적극행정 차원에서 고령층을 위한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시는 법적 절차에 따라 입찰을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공유재산법에 따라 경쟁입찰은 온비드에서 진행하게 돼 있다"며 "지난해 5월 상가관리위원회에 이용 안내문도 전달했고, 추가 지원은 시설관리공단에 문의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령 상인들의 입찰 실패와 반발 속에 대전시는 무단점유자를 대상으로 명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명도 소송은 임차인이 계약 기간이 끝난 뒤에도 점포를 비우지 않을 경우, 소유자인 대전시가 법원을 통해 점포를 비워 달라고 요구하는 강제성을 띄는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