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대전CBS <이슈 앤 톡> 표준FM 91.7, 홍성 99.3 (17:00~17:30)
■ 제작 : 손성경 PD
■ 진행 : 권오철 교수
■ 대담 : 권국주 센터장(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충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권오철: 요즘 청소년 ADHD 진단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사춘기랑 ADHD를 헷갈려서 놓치는 경우도 많고요. 학업 문제뿐 아니라 감정 조절, 스마트폰 과몰입, 우울·불안 같은 다양한 정서 문제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슈 앤 톡에서 준비한 코너 <월간 마음건강>, 오늘은 청소년 ADHD를 정확히 이해하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권국주 센터장님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센터장님, 안녕하세요?
◆권국주: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권오철: 먼저, ADHD가 어떤 질환인지, 그리고 요즘 진단이 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부터 짚어주시죠.
◆권국주: 네, ADHD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라고 부르고요. 우리 뇌의 이마 부위, 그러니까 전전두엽 기능과 관련된 신경발달장애입니다. 집중력을 유지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이른바 '자기조절 기능'의 발달이 늦으면서 생기는 문제예요. 그러니까 ADHD가 무슨 전염병처럼 갑자기 퍼진 건 아니고요. 최근 진단이 늘어난 건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학생들까지 ADHD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예전 같으면 숨어 있던 ADHD가 발견되지 못했을 문제들이, 지금은 조기에 발견되면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권국주 센터장. 충남대학병원 제공.◇권오철: 그렇다면 청소년기의 ADHD, 사춘기 행동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권국주: 비슷한 부분도 많고, 다른 부분도 있습니다. 우선 '청소년 ADHD'라고 해서 청소년기에 처음 발병하는 ADHD를 말하는 건 아니고요. 원래 어릴 때부터 ADHD를 가지고 있던 아이들이 자라서 청소년이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렸을 때는 수업 시간에 돌아다닌다거나, 부산하고 충동적인 행동이 두드러지는데요. 나이가 들면서 부주의함은 계속 남는 경우가 많지만, 충동성은 보통 많이 좋아집니다. 그래서 과격한 행동이나 몸이 부산한 행동은 줄어들고, 대신 말을 참지 못한다든지, 사소한 실수를 반복한다든지, 일을 자꾸 미루는 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오철: 성적 변화나 집중력 저하가, 사춘기가 아니라 ADHD의 신호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권국주: 네, 그렇습니다. 집중력이 잘 유지가 안 된다, 혹은 성적이 갑자기 떨어졌다, 이런 문제로 병원에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럴 때는 사실 ADHD뿐만 아니라 우울증, 지적 장애, 자폐스펙트럼 같은 여러 문제가 함께 연관돼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진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를 해보셔야 하고요. 다만, 소위 말하는 조용한 ADHD, 또 여자 청소년 ADHD가 사춘기에 갑자기 악화되면서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권오철: 센터장님께서 보신 사례 가운데, 사춘기인 줄 알았다가 실제로는 ADHD였던 경우도 있었습니까?
◆권국주: 네, 종종 있습니다. 지금 떠오르는 사례 하나를 말씀드리면, 초등학교 때까지는 굉장히 얌전하고 공부도 잘했던 여학생이 있었어요. 그런데 중학교 들어가면서 갑자기 성적이 큰 폭으로 떨어진 거죠. 부모님은 이게 사춘기냐, 우울증이냐 걱정하면서 병원에 데려오셨고요. 막상 평가를 해보니까 조용한 ADHD 케이스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집중력이 약하고 자기조절이 약한 편이었는데, 우리나라에 여자아이들에 대한 문화적 압력이 있잖아요. "여자아이가 칠칠맞게 행동하면 안 된다." 이런 인식들요. 그러다 보니 그런 행동을 억지로 참으려고, 보상하려고 애를 쓰다가 나이가 들고 학업 부담이 늘어나니까 더 이상 감당이 안 된 거죠. 학교 적응도 힘들고, 또래 관계에서도 눈치 없는 행동을 하고, 중요한 걸 자꾸 잊고 깜빡깜빡 하다 보니 따돌림을 당하는 문제도 함께 있었습니다. 그래서 2차적으로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문제로 병원에 왔다가, 나중에 뿌리에 있던 ADHD를 뒤늦게 발견하고 치료하게 된 경우입니다.
◇권오철: 네, 그렇군요. ADHD가 과잉 진단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현장에서는 어떻게 느끼십니까?
◆권국주: 과잉 진단에 대한 우려는 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히 산만하다, 혹은 소위 말하는 ADHD 검사 점수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섣불리 ADHD 진단을 내리지는 않습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항상 신중하게 비교해야 하고요. 반드시 손실보다 이득이 클 때만 치료를 권합니다. ADHD 진단 기준을 엄격히 보면 이런 부분들이 다 고려돼 있고요. 그래서 모든 산만함이 ADHD는 아니지만, 이 산만함 때문에 아이의 자존감에 문제가 생기고, 학업·또래 관계에 문제가 생기고, 발달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이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도와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단명' 자체보다, 아이들이 겪는 어려움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도와주는 과정으로 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권오철: 그러면, 이른바 '조용한 ADHD'도 있다고 들었는데요. 어떤 신호들이 있을까요?
◆권국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ADHD 하면 보통 초등학교 저학년, 부산하고 산만한 아이들 이미지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런데 성향에 따라서 충동성은 거의 없고, 산만하기만 한 아이들이 있어요. 이런 아이들은 수업 중엔 조용하지만, 수업에 집중을 못 하고 멍하니 창밖을 보고 있거나, 준비물을 자꾸 잊어버리고, 할 일을 자꾸 미루고, 이런 상황이 반복됩니다. 그러다 보니 '머리는 좋은데 게으르다', '의지가 약하다' 이렇게 성격이나 의지의 문제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아서 놓치고 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권오철: 그렇군요. 실제로 뒤늦게 ADHD로 확인된 사례도 꽤 보셨겠네요.
◆권국주: 네, 특히 여자아이들의 ADHD가 그런 경우가 많고요. 어렸을 때는 어떻게든 보상해 보려고 애를 쓰다가, 부모도 잘 모르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들을 많이 봅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청소년 ADHD는 우울·불안, 자존감 저하 같은 정서 문제가 두드러진다는 말도 있는데, 실제로 어떻습니까?
◆권국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ADHD 청소년의 약 80% 정도는 우울증, 불안장애, 틱 같은 다른 공존 정신질환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요. 청소년 시기의 ADHD는, 오히려 순수한 ADHD만 있는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렵다고 보셔도 됩니다. 어릴 때부터 계속 '게으르다', '태도가 안 좋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러 실패 경험이 누적되기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우울해지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인 ADHD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런 스트레스가 계속되면서 우울증이 오래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스마트폰 과몰입이나 TV 시청 문제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것들이 ADHD와 실제로 어느 정도 관련이 있습니까?
◆권국주: 많은 분들이 ADHD는 '항상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데, 실제로는 주의력의 기복이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재미있고 신나는 건 과하게 몰입하고, 그렇지 않은 건 집중이 잘 안 되는 식이죠. 그러다 보니 스마트폰이나 게임처럼 즉각적인 보상을 강하게 주는 자극에 쉽게 빠지고, 빠져나오기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게임 때문에 ADHD가 생긴다'기보다는, ADHD 성향을 가진 아이들이 게임에 더 취약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런 미디어 과사용 이슈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보호자분들을 교육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권오철: 네, 치료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약물치료를 하면 "중독되는 것 아니냐", "아이들 성장에 영향을 주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도 많은데요.
◆권국주: 네, 많이 걱정하시죠. 우선 ADHD 치료제는 정상적인 처방 범위에서 적정 용량으로 사용하면, 중독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히려 치료받지 않은 ADHD 환자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술·담배, 혹은 최근에 이슈가 되는 약물 같은 중독성 물질에 빠질 위험이 더 높아집니다. ADHD는 일종의 자기조절과 관련된 병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이런 부분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고, 적절히 치료를 받는 것이 오히려 중독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권오철: 센터장님, 혹시 약물치료를 두고 가족들을 설득하셨던 사례도 있으신가요?
◆권국주: 네, 항상 설득을 하게 됩니다. '정신과 약'이라고 하면 부모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시거든요. 부모님이 약물치료에 대해 고민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다만 막연히 걱정만 하면서 아이에게 생기는 문제들을 그냥 지켜보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겪는 좌절과 실패가 어떤 양상인지, 어디를 어떻게 개입해야 할지, 약물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지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는 게 훨씬 생산적입니다.
◇권오철: 케이스마다 다르겠지만, 약물치료 기간이 어느 정도로 정해져 있는 편입니까?
◆권국주: 이 부분은 사실 의사들마다 의견 차이가 조금 있습니다. 어떤 의사들은 일정 기간 약물치료를 하면 그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된다고 보시고, 좀 더 보수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보시기도 합니다. 보수적으로 보면, 안경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약물로 뇌의 자기조절 부위를 활성화하면 집중력이 좋아지는데, 약물을 중단하면 그 효과는 많이 줄어듭니다. 다만, 주의력 자체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발달하는 기능이기 때문에 보통 2~3년 정도 약물치료를 하고 나면, 그 시기를 지나면서 주의력이 성장해 굳이 약을 쓰지 않아도 기능이 향상돼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치료 과정에서 배운 기술이나 적응 행동들이 있어서, 그 이후에는 약물 도움 없이도 잘 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혹시 비약물 치료나 생활 조절 방법도 있다면 소개해 주시죠.
◆권국주: 약물치료가 뇌 기능을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안경' 같은 존재라면, 비약물 치료는 그 약점을 보완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인지행동치료(CBT)가 있고요. ADHD 청소년들이 흔히 빠지는 실수들을 줄이기 위해 시간 약속 지키기, 우선순위 정하기, 자기 감정 돌아보기, 행동 조절 방법 등을 직접적으로 가르칩니다.
또 하나 아주 중요한 게 부모교육입니다. ADHD 아동은 훈육이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감정 조절도 어렵고 행동 조절도 안 되다 보니, 어디까지가 ADHD 문제이고, 어디까지가 아이 성격인지를 구분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이런 아이들의 행동을 다루는 기술, 효과적으로 훈육하고, 칭찬하고, 다루는 방법을 부모님이 배우시면 가정 내 갈등이 훨씬 줄어듭니다.
◇권오철: 부모님들이 그런 부분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은 또 학교에 가잖아요. 학교 현장에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권국주: 선생님들이 힘들다고 하시는 말씀을 정말 많이 듣습니다. ADHD 아이들은 학교에서 다루기 까다로운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고, 손도 많이 가고, 부담도 크거든요. 그런데 지금 학교 현장은 교권이 많이 약해져 있고, 선생님들의 지도 권한도 굉장히 모호해진 상태입니다. 아이 행동을 교정하려고 조금 엄하게 대하면 바로 아동학대 이슈가 제기되기도 하고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교사에 대한 신뢰와 전문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쪽에서는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가 중심이 돼서 교사분들과 함께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 있는 위(Wee)클래스 같은 상담센터에서 상담교사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ADHD 인지행동치료 기법을 교육하고, ADHD 평가와 치료에 대해 부모님께 설명드리는 방법 등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습니다.
◇권오철: 말 그대로, 조기 진단이 참 중요하겠네요. 초기 신호는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권국주: 어떤 핵심 증상 하나만 보는 것보다, ADHD 관련 여러 증상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나타나는지를 보는 게 중요합니다. 많이 오해하시는 게, "얘가 학원만 가면 산만하다, ADHD 아니냐" 이렇게 묻는 경우인데요. 학원은 기본적으로 선행학습을 많이 하다 보니, 학원이 어려워서 집중을 못 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의력 문제가 특정 상황에서만 나타나면, 그걸 ADHD라고 보기는 어렵고요. 가정·학교·학원 등 여러 상황에서 일관되게 주의력 문제가 나타나는지 살펴보시는 게 더 도움이 됩니다. 또 인터넷을 찾아보시면, 부모가 체크할 수 있는 ADHD 레이팅 스케일 같은 선별 도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형태라서, 아이 상태를 한 번 객관적으로 점검해 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권오철: 그렇게 해서 ADHD를 진단받아야 치료가 시작될 텐데, 진단 자체를 놓고도 고민하는 부모님들이 많잖아요. 그런 분들께 어떤 말씀을 해 주고 싶으신가요?
◆권국주: ADHD 문제로 아이를 데리고 오시는 부모님들 대부분이 굉장한 죄책감을 가지고 계세요. "내가 어릴 때 TV를 너무 많이 보게 해서 그런가?", "훈육을 잘못해서 ADHD가 생긴 건가?" 이렇게 걱정하시는데요. 사실 80~90%는 타고난 문제입니다. 양육이 잘못됐다거나, 아이 성격이 나빠서 생긴 문제가 아닙니다.
그리고 한 가지 희망적인 말씀을 드리면, ADHD는 소아정신과에서 보는 여러 질환 중에서도 치료가 가장 잘 되는 병에 속합니다. 적절히 치료받으면 70~80%는 눈에 띄게 좋아지고, 동반돼 있던 정서 문제까지 함께 좋아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진단'이 아이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조금 더 긍정적인 마음으로 전문가를 찾아와 주셨으면 합니다.
◇권오철: 알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이 될 것 같은데요. 지금 센터장님이 계신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청소년 ADHD 관련 상담이나 지원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안내해 주시죠.
◆권국주: 정신건강 관련 센터들이 대전에 굉장히 많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요. 구별로 있는 기초센터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처럼 청소년 정신건강을 다루는 여러 서비스 제공 기관들을 연결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관이 워낙 많다 보니 시민분들이 헷갈려하시는데, 사실은 다 연결이 돼 있습니다. 그래서 어느 기관이든 우선 연락을 주시면, 청소년의 상황에 맞는 최적의 기관을 찾아서 저희가 연결을 도와드립니다.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 주시면 좋겠습니다.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심리지원 서비스 '마음톡톡버스'. 센터 홈페이지.◇권오철: 알겠습니다 혼자 고민하시기보다, 전문 상담을 꼭 받아보시길 권해드리면서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권국주: 네, 감사합니다.
◇권오철: <월간 마음건강> 지금까지 대전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권국주 센터장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