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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시설 왜 못 닫나"…장애인 거주시설 폐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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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사건 행정처분 대부분 개선명령…피해자는 다시 시설로
탈시설 대안 '자립' 인프라 부족…"지자체 의지 가져야"

장애인 거주시설장의 성폭력·학대 혐의로 폐쇄 처분이 내려진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입소자 자립 지원을 요구하는 천막 농성. 색동원 공동대책위 제공장애인 거주시설장의 성폭력·학대 혐의로 폐쇄 처분이 내려진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입소자 자립 지원을 요구하는 천막 농성. 색동원 공동대책위 제공학대가 발생한 장애인 거주시설은 왜 문을 닫지 못할까.

사회복지사업법은 시설 거주자에게 학대와 성폭력 등 중대한 불법행위가 발생했다고 인정된다면 1차 위반 시에도 시설의 폐쇄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학대가 발생한 거주시설에 대한 지자체 행정처분은 대다수 개선명령에 그쳤다.

가벼운 행정처분 배경에는 시설 폐쇄 시 장애인 돌봄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과 지역사회 자립 기반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24년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장애인 거주시설 행정처분 현황에 따르면 전체 289건 가운데 239건(82.7%)이 개선명령이었다. 행정처분을 받은 시설 10곳 중 8곳이 운영을 이어간 셈이다.

실제 지난해 1월 중증 장애인 학대 의혹이 불거진 세종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도 개선명령 처분을 받았다. 당시 40대 중증 지적장애인 입소자는 갈비뼈 6개 골절과 척추 압박골절, 혈흉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현재도 이곳에서 28명이 생활하고 있다. 이 가운데 23명이 지적장애인이다.

이같은 사례는 전국에서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300여 건의 학대가 확인된 울산 장애인 거주시설 태연재활원도 개선명령 처분에 그쳤다. 경찰은 원장과 종사자 20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피해자 28명 가운데 25명은 현재도 시설에 머물고 있다.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울산 태연재활원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공동대책위 제공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참사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울산 태연재활원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공동대책위 제공이례적으로 시설 폐쇄가 결정된 경우에도 입소 장애인의 이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시설장의 성폭력·학대 혐의로 폐쇄 처분이 내려진 인천 강화군 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 역시, 입소자 자립 지원과 전원 절차가 지연되면서 현재까지 12명이 시설에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장애인 자립을 위한 거주시설 마련 등 지자체 지원 절차가 예산 문제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전문가들은 인권침해가 발생한 시설에 강력한 행정처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지역사회 주거·지원 체계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시설 폐쇄와 장애인 거주 이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세종시의 한 공무원은 "시설을 폐쇄했을 경우 '장애인들은 어디로 가야하는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학대가 발생한 시설만의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고민해 봐야 할 거대 담론"이라고 말했다.  

결국 학대 시설에 대한 엄정한 처분과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기반을 함께 마련하지 않는 한 '시설을 유지할 수도, 폐쇄할 수도 없는' 구조적 딜레마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부보연대 울산지부 윤현경 사무국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오랜시간 장애인 거주시설에 의존해왔다는 것이 가장 큰 책임이자 원인"이라며 "지금이라도 장애인 자립지원 시범사업 확대 등 장애인 돌봄 및 거주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제라도 장애인 거주시설에 집중된 예산을 자립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색동원 공동대책위 장종인 공동집행위원장은 "연간 색동원에 투입되는 예산만 20억 원"이라며 "이 예산을 중증 장애인 자립 지원 예산에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결국 지자체 의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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